새로운 줄기세포의 원천, 편도선

[KFRM 푸름이야기] 제11회 : 편도선에서 유래된 줄기세포를 이용한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CMT) 치료제 개발

글 : 이화여자대학교 정성철 교수

수술 후 의료폐기물로 버려지는 편도선에서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여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대표적인 성체줄기세포의 한 종류로 골수, 지방, 제대 등에서 채취하여 분리, 배양하게 됩니다. 골수, 지방, 제대 이외의 조직에서도 중간엽 줄기세포가 분리되고 확립되기도 하지만,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는 편도선절제술 후 의료폐기물로 버려지는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때문에 타 조직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와는 달리 공여자의 부가적인 고통이 없이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는 2시간 동안 골수에서 채취하여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에 비하여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으며, 세포의 증식능력도 우수하여 매우 높은 줄기세포 생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의 확립 모식도. 한 명의 공여자로부터 얻은 두 쪽의 편도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경우 4~6X109 개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음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의 세포로 분화가 가능합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골세포, 연골세포, 지방세포로 분화될 수 있으며 항염증작용, 면역조절 기능, 항섬유화 기능, 손상된 피부의 재생 능력 등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간엽 줄기세포가 제한된 범위의 분화만 가능합니다. 이화여대 연구진은 다양한 협력 연구를 통하여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의 경우는 근육 등 중배엽성 기원 세포로의 분화 뿐 아니라, 부갑상선호르몬 분비 세포, 인슐린 분비 세포 등의 내배엽성 세포로의 분화, 운동신경세포, 슈반세포 등의 외배엽성 세포로의 분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로부터 분화 가능한 세포에 대한 모식도. 편도유래 줄기세포에서 내배엽

(부갑상선호르몬 분비 세포, 간세포, 인슐린 분비 세포 등), 중배엽(골, 지방, 연골, 근육세포 등),

외배엽(운동신경세포, 슈반세포 등) 기원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가 가능함. Oh S, et al. Stem Cells 2019;37:1252–1260 

본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을 가진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슈반세포 유사세포(Schwann cell-like cells)를 이용하여 다양한 말초신경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슈반세포는 말초신경의 신경돌기를 에워싸는 신경교세포로서, 신경섬유를 따라 여러 개의 구슬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말초신경섬유를 수초화(신경 세포가 수초라는 덮개에 의해 마디를 이루면서 둘러싸이는 과정)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슈반세포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경우, 말초신경 재생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말초신경 재생치료를 위하여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여자의 말초신경에서 직접적으로 분리해서 얻을 수 있는 슈반세포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치료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합니다. 이에 본 연구진은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로부터 슈반세포를 분화하는 기법을 확립하여, 분화된 슈반세포를 다량으로 확보함으로써 손상된 말초신경의 재생을 위한 세포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편도유래 줄기세포로부터 슈반세포로의 분화 및 분화된 슈반세포의 기능확인. 왼쪽 그림은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로부터 7일간에

걸쳐 신경구(neuropsphere)를 형성한 후, 그 후 추가적인 10일간의 슈반세포로의 분화과정을 거쳐서 총 17일 만에 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도식화한 것임. 오른쪽의 그림은 편도유래 줄기세포로부터 분화 슈반세포가 마우스의 배근신경절(dorsal root ganglia)에서

뻗어져 나온 축삭(axon)을 둘러싸는 수초화의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연구 결과임. 초록색은 미엘린기초단백질 염색(수초화 확인), 

빨간색은 인간의 미토콘드리아를 염색하여 수초화가 인간의 세포로부터 분화된 슈반세포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음 

현재까지 적합한 치료 방법이 없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치료제가 개발되어 이용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분화된 슈반세포를 이용한 다양한 말초신경 관련 치료제의 대상 질환 중, 특히 본 연구진이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고 있는 질환은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과 외상에 의한 말초신경 손상입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자 이상에 의하여 발생하는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희귀질환에 속합니다. 원인 유전자는 다양하며, 말초신경에서의 탈수초화에 의한 형과 신경섬유의 이상에 의한 형으로 나누어집니다. 그 중 슈반세포에서 발현되는 PMP22 유전자의 복제수 이상 또는 돌연변이에 의하여 야기되어 말초신경의 탈수초화를 가져오는 샤르코-마리-투스병 1형이 주된 치료의 대상입니다.

공여자로부터 얻은 편도유래 줄기세포는 일정한 배양단계를 거친 후 슈반세포 유사세포로 분화되고, 분화된 슈반세포 유사세포는 근육주사를 통하여 환자에게 주입될 예정입니다. 편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의 분리와 배양 및 슈반세포 유사세포로의 분화 기법은 세포치료제 전문 바이오기업에 기술이전 되었고, 현재 모든 생산과정이 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의 마우스 모델에서의 유효성 평가와 GLP (Good Laboratory Practice, 비임상시험관리기준) 기준의 안전성평가를 모두 마치고 2023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제 병원에서의 준비과정을 마치게 되면 2023년 여름에는 환자에 대한 첫 번째 임상적용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본 연구진은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현재 적합한 치료방법이 전혀 없는 샤르코–마리–투스병에 대한 치료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 나아가 이러한 편도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가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로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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